42세 정**님은 솔직히 말하면 좀 조급한 분이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만남은 줄었고, 기회가 생길 때마다 "이번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주연남북결혼을 통해 여성 회원 윤**님과 첫 만남을 갖게 됐습니다. 카페에서 이루어진 자리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윤지님은 차분하고 지적이었고, 대화도 잘 이어졌습니다. 정한님은 속으로 '됐다!'를 외쳤습니다.
그런데 자리를 파할 때 윤지님이 한 말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좋은 분 같은데, 좀 더 생각해볼게요." 정중한 표현이었지만 정한님에게는 '사실상 거절'처럼 들렸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초조함이 밀려왔습니다. 매니저에게 연락해서 기다리기엔 너무 답답했습니다. 그러다 머릿속에 기상천외한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집을 알면 찾아갈 수 있다. 자꾸 보면 마음이 열리지 않을까. 그게 정성 아닐까?'
정**님은 카페 앞에서 윤**님과 헤어진 후 주차장으로 이동 했습니다. 주차장에서 윤**님이 어느정도 이동한 것을 확인한 후에, 적당한 거리를 두고 뒤를 따라가기 시작했습니다. 지하철역까지 따라갔고, 개찰구를 통과해 플랫폼의 기둥에 숨었습니다. 전동차가 도착해 문이 열리고 윤**님이 탑승하자 옆칸에 올라탔습니다. '들키지 않게 멀찍이 서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윤지님은 이미 눈치채고 있었습니다. 지하철 역에 도착해서 편의점을 찾기 위해 잠깐 주위를 두리번 거리다 얼핏 뒷쪽의 정**님을 발견한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차가 아니라 전철로 오셨나보다'라고 생각했는데, 전동차 안에서도 계속 자신을 바라보는 모습을 보고 갑자기 무서운 느낌이 들었답니다. 윤**님은 다음 정거장에서 내렸습니다. 정**님이 따라 내린것을 보고는, 재빨리 지하철 문이 닫히기 전에 다시 올라 탔습니다. 정**님도 다시 타려 했지만 이미 문이 닫혀버렸죠.
윤**님는 바로 담당 매니저에게 연락하였습니다. "정**님이 저를 미행했던 것 같아요. 너무 무섭습니다." 자초지종을 설명들은 매니저는 정**님에게 바로 연락하였습니다. 미행은 법적 문제가 될 수도 있음을 알려드리고, 일단은 윤**님에게 절대 연락하지 말라고 하였습니다. 정**님은 억울함을 호소 했습니다. "나쁜 의도가 아니었어요. 진심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뿐인데." 하지만 윤지님에게 정**은 이미 위험한 사람이었습니다. 사과를 전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고, 윤**님은 전화번호도 바꾸었습니다..
시사점
탈북 과정에서 감시와 추적을 직접 경험한 새터민 여성 회원들에게 "누군가 몰래 따라온다"는 상황은 단순한 불쾌함이 아닙니다. 국가 보위부의 감시를 피해 도망치고,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었던 기억이 있는 분들에게 미행은 과거의 공포와 직결되는 경험입니다. 또한 현대사회에서 미행은 스토킹 범죄로 인식될 수도 있습니다. 절대 하지 말아야 합니다.
조급할수록 상대방의 공간과 경계를 더 존중해야 합니다. 다음 만남이 없을 것 같다면, 매니저를 통해 솔직하게 마음을 전달하거나 한 번 더 만남을 요청하는 것이 유일하게 올바른 방법입니다. 좋은 의도도 잘못된 방법으로 표현되면 공포가 됩니다. 진심은 반드시 투명한 방법으로만 전달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지하철 미행은 로맨스가 아니라 스릴러입니다.